시인의 말

제1부 無의 매혹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늘
반 고흐의 귀
無의 매혹
회전문
一生
비 오는 날
꽃씨에 대한 명상
축제
구멍에 관한 사색
사라지는 얼굴
길 위에 서서
잠깐씩
네가 없는 곳

제2부 춤추는 시계추
춤추는 시계추
신성한 식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다
회전목마
째깍째깍
모래시계 속에서 수족관
흙 한 줌
생각하는 인형
없는 주어
한 개의 모래 알갱이
조금 떨어진 곳
어느 봄날, 백목련 나무 밑에서
고장 난 시계
분수대 앞에서
환청

제3부 생활의 발견
마네킹 일기
한 씨네 산양 이야기
생활의 발견
지네
물질처럼
이상한 공연
식욕에 관한 고민
그 정원에서
이중생활
세월
냄새
호수
부끄러운 원근법
고독
붉은 달리아 꽃들
곡예사
자화상
오리
동행

제4부 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
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
비밀
길거리에 핀 이름 모를 잡초
꿈의 해석
죽음에 대한 명상
봄비
심연(深淵) 1
심연(深淵) 2
종착역
잠
거울 속의 눈사람
그 나무 앞에서
아름다운 연애
그 순간이 지나가면
포옹
충돌
그곳에서
너를 어떻게 사랑할까
바람 한 줄기

해설｜그대 영혼 속에 지네가 살아 있다ㆍ정과리

이경임 시인의 두 번째 시집『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 꾸준히 철학과 심리학 등의 인문학 전반에 대한 탐구와 사색을 계속 해 온 저자가 1998년 발표한 시집 <부드러운 감옥> 이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인 동시에 슬픔이라는 정서를 폭발력 있게 전달하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움이라는 화두로 시집 전체를 끌어나가는 저자는 고통으로 가득 찬 허위와 좌절 속에서 모든 썩은 것들이 빠져나간 진정한 비움의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다. ‘회전목마’, ‘축제’, ‘바다’, ‘봄비’ 등 일관성을 이루고 있는 동일 형식으로 써내려간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구멍에 관한 사색

소리 없는 꽃을 벌 떼가 파고들며 잉잉거릴 때

꽃처럼 벌 떼처럼
당신은 침묵하고 잉잉거리고

구멍 없는 벽에 못 한 개가
제 부피만큼의 구멍을 뚫고 벽에 박혀 있을 때

벽처럼 못처럼
당신은 구멍 속에 없고 구멍 속에 있고

당신 속에 박혀 있던 무언가가
낡고 녹슬어서 바닥에 툭, 떨어질 때

당신의 텅 빈 구멍 속에서 투명한 새들은 지저귄다

당신은 소란스럽기도 하고 적막하기도 하고
날아오르기도 하고 곤두박질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