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타일 너머로 드러나는 세계!
시인 이기성이 6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타일의 모든 것』. 첫 시집과의 유사한 점뿐만 아니라 차이점도 함께 지니고 있는 시집이다. 일상의 표면을 감싸는 깨끗하고 견고한 것들이 무너지고 흩어지면서, 허약하고 낡고 메마르고 지저분하고 황량한 이면을 드러내는 이미지들이 첫 시집과 동일한 세계관에 근거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복되는 '타일'을 통해 그러한 이미지들을 드러낸다. 한편, 첫 시집과 달리 시적 화자는 1인칭 주체가 되었다. 몸소 그 풍경을 앓고 있는 1인칭 시적 주체의 정념을 표현하는 자기 실존적 서사를 펼친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타일의 모든 것
그것을 안다, 나는 그것을
사랑하고 타일이라고 부른다, 타일은 흰 접시를 두들기고
침을 흘리고 양탄자에 오줌을 싼다, 아파트에 들일 수 없는 더러운 짐승
타일은 쿵쿵 고요한 이웃을 깨우고, 발을 구르고 비상벨을 울리고
좁은 계단으로 도망친다, 우리는 모두 타일을 사랑해
그러나 지붕으로 달아난 타일은 커다랗게 부풀고
삑삑 사방에서 경적이 울고, 타일들이 모두 깨어나 노래를 부르는 밤
벌어진 입속에서 푸른 타일 쏟아지는 밤
검은 자루를 질질 끌고
한밤의 피크닉을 떠나는 가족들, 타일을 안고
돌아가는 창백한 독신자들
타일 속에 숨어 헐떡거리는 공원의 소년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것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화가 난 여자들
자, 타일을 마구 두드리는 밤이다
우르르우르르
뜨거운 침과 함께
푸르고 총총한 타일 조각들
머리 위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