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장 모르와 작가 존 버거는 창의적 협력자이자, 오십 년 넘게 우정을 이어 온 막역한 사이였다. 『존 버거의 초상』은 1960년대부터 찍은 수백 장의 사진에서 장 모르가 직접 가려 뽑아 친구에게 바친 일종의 헌사로, 미술비평가, 화가, 소설가, 농부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그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반세기 동안 제한 없는 특권을 부여받은 장 모르만이 완성할 수 있는, 위대하면서도 평범했던 한 작가의 꾸밈없는 기록이다.
장 모르가 찍은 149컷의 사진들에는 시골살이와 가족, 글쓰기, 예술에 이르는 영역에서 드러나는 그의 내밀한 일상이 담겨 있다.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고된 농사일과 글쓰기를 병행한 존 버거의 지극히 사적인 시간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올올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