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현실의 활기찬 비극화!
제3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한 서효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지난 백 년간의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폭력의 면면을 묘사한다. 천진스럽고 심술 궂은 악동의 시선과 현실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지식인의 시선이 흥미롭게 결합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 김기택 시인의 말처럼 폭력의 역사와 인간성 사이의 관계를 끈질기게 성찰함으로써 대답하고자 한다. 현실과의 치열한 부딪침, 그것을 가능케 하는 윤리적 의지, 깊은 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우리 동네에 왔던 선원들은 모두’, ‘헤르체고비나 반성문’, ‘로마 견문록’, ‘남극 일기’, ‘여의도’, ‘낯선 도시의 시청 앞’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 수상내역
- 제3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오늘은 카약 중에서
몸을 굴리며 학교에 왔어요
뭘 쳐다봐요 왜 때려요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어요
평범한 하복부에 적당한 통증
책상에 엎드려 뒤통수를 내보입니다
예쁨받고 싶어
정수리에서 발바닥까지
눈곱에서 각질까지
천장에서 보일러까지
케이프타운에서 앵커리지까지
맨틀에서 오존까지
두통 치통 생리통까지
헤치며 왔어요
비둔 두상을 한 바위들
성질머리를 닮은 급류
아이참, 거추장스러워라
카약 하면서 침도 뱉었죠
소리 내어 뱉기 좋은 물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