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이자 최후인 우주를 시적 언어로 변환하다!
김산 시인의 첫 번째 시집『키키』. 2007년 문예지 '시인세계'의 신인 작품 공모에 시 ‘날아라 손오공’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저자의 이번 시집은 지구와 우주와 인류, 그리고 생명체의 비밀을 시로 송신한다. 불시착으로 지구별에 떨어진 우주 소년처럼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공의 시적 공간을 세속의 삶과 탁월하게 엮어낸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 신선한 시적 감각, 그리고 이를 현실 속의 이미지로 담아낸 ‘지구인’, ‘당신의 왼편’, ‘파리채를 활용한 러시안훅 트레이닝’, ‘문장강화’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은하 미용실 중에서
엘프족을 닮은 여자가 있다
이름 모를 행성과 충돌하고
흩어진 가계를 수습하기 위해
가위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지구별로 야반도주한 여자
건조한 내 머리에 물을 뿌리며
숙련된 손길로 싹둑싹둑
한 달간의 근심을 가지 치는 여자
웃자란 생각들을 좌우로 보며
마침맞게 중심을 잡아 주는 여자
이따금 새순으로 피어난 꽃말들이
그믐처럼 그윽하게 입가에 스미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