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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무겁다

봄비가 무겁다

  • 최부식
  • |
  • 문학의전당
  • |
  • 2015-06-17 출간
  • |
  • 114페이지
  • |
  • 135 X 204 X 11 mm /194g
  • |
  • ISBN 979118609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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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지천명의 필사(筆寫)

최부식 시인의 시세계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르러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지향한 것들을 필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천명은 공자의 사상이 담긴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로 흔히 사람의 나이 50세를 비유한다. 지천명의 본질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한 것을 받아들이면 하늘이 부여한 사명을 알았다는 것이다. 최부식 시인이 추구한 시세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공자처럼 50세에 이르러 천명을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지천명을 거울로 삼고 있다. 시인은 아침에 집을 나가 사람들과 어울려 사냥을 하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까지 지천명을 들여다보고 있다. 따라서 시인에게 지천명은 경지에 이른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우주의 섭리를 인식하며 삶을 긍정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이다.

성경을 필사한/어머니의 공책을 들추어본다//사람들은자기를사랑하며돈을사랑하며자긍하며/교만하여훼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치아니하며/거룩하지아니하며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아니하며/참소하며절제하지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아니하며조급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볼펜으로 꾹꾹 눌러쓴/눈물의 새벽기도/빼곡하다//돋보기안경 쓰고 베껴 쓴/언약의 눈빛들/모든 걸 지나가게 했다//필사적으로 사신/간절한 어머니의 필사/고요하다//쉰을 넘긴 나는/이제야 내 생을 필사하기 시작한다/잊기 힘든 그대를 향하여 ―「필사(筆寫)」 전문

독실한 신앙생활을 한 “어머니”의 모습은 『성경』의 「디모데 후서」 3장을 필사한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시인은 시에 “어머니”가 공책에 쓴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현대 맞춤법에 따라 띄어쓰기를 고치지 않고 “어머니”가 쓴 대로 옮겨 놓았다. 이는 “어머니”가 필사해 놓은 내용을 독자들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이기도 하면서 “어머니”의 필사를 따라가면서 “새벽 기도”를 체험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생을 필사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어머니”는 「디모데 후서」 3장을 “돋보기안경 쓰고” 정성을 다해 필사했다. 그 모습이야말로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사신” 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어머니”는 바울의 말씀을 “필사”할 만큼 자신의 삶을 “필사적”으로 살아왔다. “언약의 눈빛들”을 믿을 수 있었고, 어렵고 힘든 “모든 걸 지나가게 했”던 것이다. 시인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서 “고요”함을 발견한다.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살아왔는데 그 모습이 “조용”했다는 사실은 언뜻 보면 모순된다. 그렇지만 “필사적”인 모습은 “조용”한 모습일 수 있다. 아니 “필사적”인 모습일수록 “조용”한 모습을 띤다. 『채근담』에서 “움직임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것이 도의 참 모습이다”(動靜合宜 道之眞體)라고 간파한 것과 같은 것이다.
시인이 “필사적”이면서도 “조용”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결국 자신이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면에서 “어머니”는 시인이 지향하는 자화상이다. “필사적”으로 살아가면서도 “조용”한 모습을 띠고자 하는 것이다. 곧 움직이기만 하고 조용하지 않거나 조용하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도 조용하고 조용하면서도 움직이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시인은 “간절한 어머니의 필사”를 “쉰을 넘”기고 나서야 발견했다. 곧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어머니”의 길을 따르기로 한다. “이제야 내 생을 필사하기 시작한다”고 토로했듯이 자신의 생애를 “간절”하게 “필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강원산업 봉강공장 사내들 안전화는/기름때 절어 광택 없는/낡아도 빛나는 워커/고흐의 낡은 구두는 수십 억 나가는데/청춘을, 자식을, 남겨둔 부모 가슴을 다독이며/시뻘건 쇳물 타넘는 그들의 워커가/빛나는 이 시대 ―「그들의 워커」 전문

시인은 “강원산업 봉강공장 사내들”이 신고 있는 “안전화”를 필사하고 있다. “안전화”는 작업을 할수록 낡을 수밖에 없고, “기름때 절어 광택 없”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 노동자의 삶의 흔적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안전화”가 “낡아도 빛나는 워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흐의 낡은 구두는 수십 억 나가는데” 비해 “안전화”는 제대로 된 가격이 매겨질 리 없다. 그렇지만 시인은 “안전화”를 “고흐”의 신발보다 더욱 값나가는 것으로 본다. 시인의 관심이 고흐보다 노동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고흐”의 “구두”는 예술작품으로 보지만 노동자의 “안전화”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시인에게 “안전화”는 “청춘을, 자식을, 남겨둔 부모 가슴을 다독이며/시뻘건 쇳물 타넘는” 존재이다. 청춘을 함께한 존재이고 자식과 함께한 존재이고 부모의 가슴과 함께한 존재이다. 그들과 함께한 삶이란 어렵고도 힘들어 “시뻘건 쇳물 타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안전화”가 살아 있는 현재를 “빛나는 이 시대”로 보고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필사하면서 그들과의 연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다른 시에서도 사회적 존재들에 대한 필사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인은 “필사적”(「필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필사」)히 다가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갈기 세운 파도/동네 골목 휩쓸다 스러지면/낮달 서둘러 내?은 샛바람/밤 깊어 목 더 칼칼하다/중늙은이 니미 시팔/초고추장에 과메기 찍으며/나이 오십 줄에 빤했던 인생/다시 빤히 보이는 앞날 두렵다고/해일 이는 밤바다처럼 위태롭다고/오도 이가리 잇는 긴장된 전홧줄로/서로 안부 전한다/멀미난 바다 손님 끊긴/횟집 창문에 부딪혀 떨고/등대 불빛 견디다 못해/어둡고 지친 하늘에 정처 없을 때/청진 동네 사람들 조각난 꿈 안고/해일 속에 잠든다 ―「청진리」 전문

“밤 깊”은 자연의 시간과 “중늙은이”인 인간의 시간이 맞물려 있는 위의 작품은 생을 영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것이 “나이 오십 줄에” 이르러 깨달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필사」에서 작품의 화자가 “간절한 어머니의 필사”를 “쉰을 넘”겨서 발견한 것과 같은 것이다. 곧 지천명에 이르러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한 것과 같이 “중늙은이”도 “오십 줄에” 이르러서 자신의 “인생”이 “빤”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빤히 보이는 앞날 두렵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중늙은이”는 전망이 없는 자신의 앞날에 무릎을 꿇지 않는다. “전홧줄로/서로 안부 전”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니미 시팔” 같은 욕을 했듯이 자신의 삶을 비난했지만 마침내 “조각난 꿈 안고” 잠든다. “중늙은이”를 비롯해 “서로 안부 전”하는 “청진 동네 사람들”이 잠자는 모습은 삶에 희망이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동시에 새로운 날을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는 사실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꿈을 꾸고 있는 동안 그들은 위대한 우주적 존재인 것이다.

툭 툭 떨어지는 빗방울/떡잎 휘청휘청케 하고/하얀 발목에 흙탕물 뒤집어씌운다/세상 그리/호락호락치 않다는 걸 미리 일러주듯/나직나직 내려도 봄비가 무겁다//툭 투둑 빗방울/유모차에 쌓인 골판지로 내리며/두리번 기웃 종이상자 찾는/늙은 허리 적신다/세상 골목 오늘도 젖고 있다/봄비 가벼우나 누구에게는 무겁다 ―「봄비가 무겁다」 전문

시인이 “봄비가 무겁다”고 느낀 것은 자신을 포함한 세상 사람들의 생이 무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리번 기웃 종이상자 찾는/늙은 허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골목”은 “오늘도 젖고 있다”. 누구에게는 “봄비”가 “가벼”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것이다. 결국 시인은 그 대다수 사람들과 함께 “봄비”를 맞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이 결코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쉰을 넘”(「필사」)기면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 세계를 필사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것이 시인으로의 사회에 대한 관심이고 참여다. 따라서 시인에게는 행동하는 인간들을 모방하기 위한 용기와 행동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반영하려는 의지와 실천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인에게 반영이란 우물이나 벽에 걸린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것 같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행위를 넘어선다. 삶을 영위하는 환경이란 우물이나 거울처럼 정지되어 있거나 단순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그와 같은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최부식 시인은 그와 같은 면을 적극적이면서도 “조용”(「필사」)하게 실행하고 있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고 길도 먼 곳에 있지 않다”(理出於易 道不在遠)는 『채근담』의 말처럼 시인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이 세계를 진리로 삼고 끌어안고 있다. 시인에게 진리란 이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으로서 지천명을 인식하면서 임무를 다하려고 사람들과 함께한다. 하늘과 땅이 고요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결코 정지하지 않고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필사는 넓은 세상에서도 좁은 세상에서도, 어두운 세상에서도 밝은 세상에서도, 단순한 세상에서도 복잡한 세상에서도 쓰임새가 크다.

저자소개

저자 최부식은 1958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1989년 『포항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포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현재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과 포항MBC 편성제작센터 PD(국장)로 재직하고 있다. 〈겸재정선, 청하의 가을을 보다〉, 〈문자 천년의 여정, 이두에서 한글까지〉, 〈경술국치 백년, 석굴암 100년의 진실〉, 〈양동마을, 집은 낡았으되 긍지로 빛나는〉, 〈백두대간이 품은 울진의 보물〉, 〈경상도 방언의 뿌리를 찾아서〉 외 다수의 다큐멘터리 작품(TV)을 제작했다.

도서소개

부박한 시대를 건너는 서정의 힘

〈문학의전당 시인선〉 205. 1989년 『포항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부식 시인의 첫 시집. 노동자, 이민자, 어부, 재래시장의 사람들, 늙은이,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에 가닿는 시인의 간절한 시선은 쓸쓸하고 깊다. 시인이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용히 필사하는 것은 그 따뜻한 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를 통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 부박한 시대를 건너가고자 함이다. 수사적 기교를 자제하며 세계의 비극까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우리를 돌아보고 시를 통한 연대를 꿈꾸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반영하려는 의지와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은 시인의 시는 그래서 아프지만,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덧입혀져 정겹기 그지없다. 동시대를 사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봄비가 무겁다』는 삶을 긍정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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