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고정관념이 개똥벌레에게 끼치는 영향

고정관념이 개똥벌레에게 끼치는 영향

  • 윤명수
  • |
  • 문학의전당
  • |
  • 2013-06-14 출간
  • |
  • 136페이지
  • |
  • 128 X 188 X 20 mm /180g
  • |
  • ISBN 9788998096335
판매가

8,000원

즉시할인가

7,2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7,2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문학의전당 시인선 158
고정관념이 개똥벌레에게 끼치는 영향 윤명수 시집

두두물물(頭頭物物)과 물활적(物活的) 상상력

[시인의 말]


시는 결코 맨살로 찾아오지 않았다

시는 늘 너무 멀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더 멀리 있었다

사막에서 샘물을 찾을 때까지

시에서 뼛국물이 나올 때까지

아마도 더 긴 여행을 해야 할 것 같다

따뜻한 이 봄, 지인들과 술 한잔 나누고 싶다

[해설]

시인이란 뚜렷이 존재하는 모든 물상(物象)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다. 희미하게 존재하는 것들조차 언어의 그물 속에 포착하는 관계론적 사고는 시인의 거의 유일한 전략이자 신념이다. 윤명수 역시 존재자들의 ‘맞닿아 있음’에 깊이 천착하여 이를 시적 원리로 구현한다. 시인의 눈에 홀로 존재하거나 무관한 사물들은 결코 없으며, 이는 윤명수 시의 상상력의 모태가 되고 있는 불교적 세계관이나 연기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윤명수의 불교적 세계관을 시의 구성 원리로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물활적(物活的) 상상력’이다. 그의 시에서 자연물이나 유기체는 물론이거니와 생명력을 이미 소진하거나 혹은 지니지 않은 무기물들 역시 시적 소재로서 당당히 호명된다.

칠성무당벌레 한 마리가
손바닥 위에서 괘를 살피고 있다
등짝을 잔뜩 웅크린 채
더듬이를 세워 찬찬히 손금을 살피고 있다
놈은 이미 천도(天道)를 알고 있다는 듯
내 손바닥을 읽어가며
제 발바닥으로 내 운명을 점치고 있다
지금 놈에겐 점괘가 나와 있을 터
우주 빅뱅의 비밀을 알려주려는 건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로막힌
길을 찾아주려는 건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손바닥 끝이 곧 지구의 끝이라는 것일까
지구의 무게를 떨쳐버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곧 화려한 굿판이 벌어질 것이다
-「칠성무당벌레」 전문

여기에서 시적 모티프로 착상된 것은, ‘수상(手相 : 손금 보기)’이라는 어찌 보면, 별반 대수로울 것 없는 단순한 행위이다. 하지만 그 범상한 행위가 고도의 시적 이미저리로 창출되는 것은 자연물인 ‘칠성무당벌레’를 통해서이다. 벌레를 주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화자라 하겠으나, 인간의 운명과 관련된 손금의 괘를 미물인 벌레가 점침으로써 시적 주체의 자리는 여기서 역전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우주의 원리(‘우주 빅뱅의 비밀’)와 하늘의 운행(‘천도’)마저 알아챈 눈치다.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가 진리의 담지자로 올라선다. 칠성무당벌레의 등짝에 자연의 이법(理法)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별자리’(七星)가 아로새겨져 있는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한편 ‘하늘과 땅 사이’라는 표현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의 거리를 나타낸다. 인간과 자연의 연속성은 파괴되었고 인간과 신의 관계는 두절되었다. 그리하여 인간과 자연, 신 사이의 원환적 총체성을 복원시키고 있는 것은 다시금, 무당벌레-벌레무당이다. 이쯤에서 무당벌레는 진리의 담지자를 넘어 신탁(神託)을 관장하는 사제(司祭)에 방불한다 할 것이다. 인간적 질서의 원리인 중력(‘지구의 무게’)을 박차고 올라, 무당벌레는 이승길과 저승길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다. 상승하는 무당벌레의 이미지는 땅을 구르고 도약하는 무당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자연스럽게 굿 장면을 내부로 도입함으로써 마침내 시적 완결을 갈무리한다. 무당벌레를 벌레무당으로 전치시키는 물활적 상상력을 통해, 두두물물의 불교적 진리를 표상하고 있는 이 작품은, 윤명수 시작술의 핵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추천글]

윤명수 시를 관통하는 주요 정신은 능청과 해학이다. 주로 자연물을 통해 인물(상황)의 한 전형을 찾아내고 풍자적인 언술로 그 인물의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든다. 그 웃음 속에는 에로티시즘도 있고 세태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그의 시는 첨예하거나 날카로운 미학적 이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열려 있다. 말로 치면 ‘설화’ 같고, 그림으로 치면 ‘민화’ 같은 푸근함과 친근함이 배어 있다. 이는 모진 세파(가난)를 겪으며 살아온 시인이 스스로 터득한 말법이기도 할 터이다. “나는 행복했다/구르고 구르다 보니/지구마저도 다 닳아 있었다”(「바퀴도 없이 굴렀다」 부분). 마냥 웃고 있는 듯하지만 간혹 눈물이 얼비칠 때, 시인은 잠시 정색을 하고 우리의 안색을 살핀다. “곱게 늙은 외등 하나가/키 낮은 대문 앞에 서서/집 나간 어린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외등」 부분). 더러 풍자적인 언사가 거칠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의 시편들은 잘 정제된 여백을 밀도 높게 압축하고 있는 만만치 않은 시적 경지를 보여준다. 짧은 시 한 편을 보자.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가장 더럽게 사는 새들//다만 굴뚝새에게 미안할 뿐이다”(「굴뚝새」 전문).
-정병근(시인)

저자소개

저자 윤명수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시를 배웠다.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하여 시집 『풀꽃 만찬』 『청개구리가 뛴다』를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경기지부 공로상을 수상했다.

도서소개

시인이란 뚜렷이 존재하는 모든 물상(物象)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다. 희미하게 존재하는 것들조차 언어의 그물 속에 포착하는 관계론적 사고는 시인의 거의 유일한 전략이자 신념이다. 윤명수 역시 존재자들의 ‘맞닿아 있음’에 깊이 천착하여 이를 시적 원리로 구현한다. 시인의 눈에 홀로 존재하거나 무관한 사물들은 결코 없으며, 이는 윤명수 시의 상상력의 모태가 되고 있는 불교적 세계관이나 연기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윤명수의 불교적 세계관을 시의 구성 원리로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물활적(物活的) 상상력’이다. 그의 시에서 자연물이나 유기체는 물론이거니와 생명력을 이미 소진하거나 혹은 지니지 않은 무기물들 역시 시적 소재로서 당당히 호명된다.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