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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배후

누군가의 배후

  • 정충화
  • |
  • 문학의전당
  • |
  • 2013-04-10 출간
  • |
  • 124페이지
  • |
  • 128 X 188 X 20 mm /192g
  • |
  • ISBN 978899809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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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인의 말]

이 별에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해설]

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부지불식간에 어떤 특정한 시대의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비록 폭넓게 시집을 선택하는 독자라도 그 시대의 경향과 풍토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감수성이 예민한 독자들은 여전히 무엇을 읽을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압도적인 화두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가 제공하는 감동을 제대로 수용하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존재이며, 우주적 생명 활동이라는 거대한 섭리 속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충화 시인의 시적 감수성과 시적 상상력을 따라가야 한다. 시인은 자신 주변의 생태계를 통하여 인간계에 관한 시적 증언들을 시집으로 묶었고 대부분 ‘길’을 매개로 한다.

직장 동료의 집으로 문상 가는 초행길
길은 굽어 있고
산허리까지 차오른 어둠이
이정표마저 삼켜버린 길모퉁이에서
지도에게 길을 묻는다
격자 속 칸칸이 박힌 선과 부호들을 따라
가닥가닥 뻗은 길을 캐낸다

산과 호수
강과 길과 온갖 것들을 축척으로 끌어안고
그물망처럼 세상을 가둔 지도 속
내가 찾아가는 강원도 횡성 땅 어느 곳에서
그 아버지는 가던 길을 멈추었고
나는 삶의 등고선 하나를 또 넘느라
초행의 타지에서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생의 도상(圖上)을 떠도는
한 점 좌표로
―「지도에게 길을 묻다」 전문

정충화 시인은 “초행의 타지에서” “한 점 좌표”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길은 “직장 동료의 집으로 문상 가는” 굽은 길이요, “산허리까지 차오른 어둠에 묻혀버린 길”(「지도에게 길을 묻다」)이다. “삶의 모든 것이 길”이라는 바슐라르의 말처럼 길을 잃고서야 만날 수 있었던 삶의 비의들은 모두 길 위에 있었던 셈이다. 시인이 구불구불 펴놓은 시편에서 만난 ‘굽은 길’은 시의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입문 과정과 진배없다. 일찍이 이규보가 유종원의 문질(文質)을 평하는 글에서 “대저 마음에 우러나는 것은 반드시 글에 표현된다. 그러므로 나는 일찍이 그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존경할 수 있고 그 글을 펼쳐보면 바탕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시란 삶의 참다운 가치를 시로 승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역사 속에서 인식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찾아오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싸워야 하고(「못에 대하여」) 세상과 불화해야 하는 법이다. 시인은 이미 “세상은/누군가의 볼 속에서/씹히고 먹히고/소멸되고서야/또 다른 생성으로 이어지는”(「순환」) 길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길은/때로 굽은 곳도 있어야/그 너머, 그 뒤의 무언가를 만나는/설렘이 있다 이따금/나를 슬쩍 감출 수도 있”(「굽은 길에는 설렘이 있다」)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예이츠는 “시의 세계는 지성과 피와 상상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세계”라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금의 시인들은 파편적인 상상, 깊이를 잃어버린 단상, 상투적인 윤리, 문명을 비판하면서도 기계론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가 하나의 문화산업의 일부가 돼버린 현실 탓인지 시인들의 심미적인 경험조차 무책임하고 독단적인 경우가 많다. 시편들이 개인적인 감각의 토대 위에서는 각론에 강해졌겠지만 총체적이고 좀 더 근원적인 의식으로 작용하기엔 인식의 깊이나 통찰력이 부족한 탓이다.
정충화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사회의 뼈아픈 시적 증언도 중요하지만 더 근원적인 교감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김종철은 시적 상상력이 어쩌면 원시적 사고의 잔영이라 했고,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와 한 송이의 들꽃 속에 온 세계와 무한이 들어 있다고 했다. 정충화의 시는 이런 체험에서 우러나왔다. 그는 “오늘은 문득/내 마음 웅덩이에/돌 하나를 던져본다/그러나 그곳에 일렁이는 물보라나/포말은 더는 없다/오래도록 물방울을 밀어 올리던/나의 우물은 말라버렸다/마음 밑바닥에 흩어진 돌더미만/한때 그윽하던 깊이의 표석으로/쌓여 있을 뿐이다”(「깊이를 잃다」)에서 보듯 관조적 시각을 통해서 존재의 본질에 접근한다. 시의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의식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의식 내부에 관련해서만 인간적인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정충화의 시는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의 두 측면을 충분히 그리고 충실히 반영했다.

[추천글]

『누군가의 배후』에는 깨달음과 연민이 있다. 먼저 정충화 시인은 대상들이 전하는 배음에 그윽하고도 진솔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언어들이 그 속살을 드러내고,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예컨대, 단풍이 지는 속도를 따라 걷는다든지, 생선의 가시가 사실은 몸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얻는다. 붓꽃 꼬투리에서 한 우주가 쏟아져 내리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어 깨달음은 연민으로 확장되는데, 연민이란 결국 타자에 대한 사랑이다. 그가 바라보는 타자는 크게 두 가지, 시인의 내면과 외면이다. 하나는 말 그대로 타자인 연약한 자연물이나 힘없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시인 스스로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자기 자신이다. 종각역 지하도에서 잠든 노숙자들과 전구로 온몸을 감은 가로수들이 전자라면, 병상에 누워 적막을 재거나 혼자 밥을 먹으며 추방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자기를 포월하고 타자를 염려하는 사랑, 이것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의 세계일 것이다.
―정한용(시인)

저자소개

저자 정충화는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2008년 계간 『작가들』로 등단하였다. 시화집으로 공저 『환몽』이 있다. 현재 인천작가회의 회원, 「빈터」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제7회 「부천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도서소개

정충화의 시집 『누군가의 배후』. 전체 4부로 구성되어 ‘허공에서 변주되는 말들’, ‘세상의 모든 옷걸이는 누군가의 배후다’, ‘추억은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취중에 내릴 역을 지나치고서’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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