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44권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1989년 《심상》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카메라를 멘 저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십 수 년 동안 파리 근교와 마르세유를 오가며 응시했을 낯설지만 푸근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한 어느 시간의 손때 묻은 풍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의 고됨과 고결함을 같은 페이지 무게로 뒤적이며 현재와 과거, 고향과 타향의 물리적 변이를 감싸려드는 느긋하고 차분한 음성의 결들이 느껴지는 ‘Correspondance A’, ‘나는 어디에 가 닿을 것인가’, ‘꽃밭에 누워’, ‘그해 겨울, 오베르 쉬르 와즈’, ‘정류장 풍경’, ‘에피소드 두 개’, ‘지금만은 그들을’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