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올려다보고, 별은 내려다보며 세상을 빛내었지요.
별이 사라지지 않듯 나무도 사라지지 않겠지요?
나무의 존귀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림책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높은 산에서 자랍니다. 마치 별처럼 잎이 아름다운 구상나무, 그 나무는 늘 별을 보며 아침에 일어날 때도, 밤에도, 눈이 내릴 때도 별을 생각했지요.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땅에서 빛나는 초록별처럼 아름다운 나무가 되고 군락을 이루었습니다.
아마도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들은 별을 생각하며, 별처럼 영원히 땅에서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을 겁니다. 이 그림책은 구상나무가 땅의 별이 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별을 품으며 자라는 모습을, 빗줄기와 바람과 추위를 이기고 마침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들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고요한 새벽에 별빛과 노래하는 구상나무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칩니다. 구상나무의 사계절과 생장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그림은 나무의 마음과 노력까지도 전해줍니다.
한국의 구상나무를 아시나요?
이 그림책의 글은 세상 모든 나무를 대표하는 나무를 얘기하지만, 그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나무’만을 보여줍니다. ‘나무’의 존귀한 가치와 함께 그에 반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구상나무’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한라산 · 덕유산 · 지리산 · 무등산 등지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라산 백록담 곁의 숲이 제 자리입니다.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 사람들에 의해 잎이 꼭 성게(쿠살) 가시처럼 생긴 나무(낭)라는 뜻으로 불렸던 ‘쿠살낭’에서 유래되었지요.
구상나무가 전문가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07년으로,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 신부 포리가 한라산에 올라 분비나무와 아주 흡사하게 생긴 구상나무를 채집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부설 아놀드 수목원 소속 아시아식물 채집 담당 윌슨에게 제공했고, 윌슨 박사는 1917년 한라산에 올라가 직접 이 나무를 채집하고 연구해 분비나무와는 전혀 다른 지구상에서 유일한 종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윌슨에 의해 서양 풍토에 맞게 개량된 구상나무는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품격 있는 정원이라면 으레 갖추는 나무로, 크리스마스 트리로, 경제성 높은 상품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의 크리스마스트리 시장에 가면 Korean Fir라고 불리는 구상나무 개량종이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종 구상나무는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젓나무 속 수종의 생장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온난화에 의한 멸종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라산 일대 골프장 개발 및 먹는 샘물 취수량 증가로 극심한 갈증을 겪고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원래 분비나무에 속하는 북방계 한대성 식물로, 빙하기 때 추위를 피해 한반도까지 내려왔다가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격리된 채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종으로 분화된 한국 고유의 식물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가 없어지면 지구 전체에서 토종 구상나무는 영영 사라지는 셈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우리나라 고유종 구상나무를 가까운 미래에 멸종될 수 있는 위협근접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한라산을 대표하는 나무로서도 보전 대책이 시급합니다.
그림책 『한 나무가』는 세상 모든 숲과 구상나무숲이 울창하길 바라는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