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적 세계에서 행복한 사랑으로 합일되고 충만해지다!
고운기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구름의 이동속도』.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이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몽상을 통해 승화시킨 그리움에 대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시 세계의 핵심어가 그리움임을, 영혼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그리움임을 아름다운 시어로 펼쳐 보이며 그리움이 생존의 가장 아름다운 자산이며 그리움이 몽상의 본질임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자유자재로 역사와 사담, 해학과 정색, 민담과 현실을 넘나들며 사람살이의 사연들을 채집해온 저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민담을 넘나드는 해학, 다정한 추억들에 대한 회상을 아련하게 그려내고, 생에서 만나고 헤어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시편들까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구름처럼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여온 저자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동방견문록’, ‘칠성시장 무실댁’, ‘다시 여자 Y’, ‘달빛 아랜 허허바다’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안개가 사라지듯 인생도 잠시라고
가난한 목숨으로 태어나
평안하게 한세상 살고 싶었다
그래선 평안하지도 잘 살지도 못한다
게걸스럽게
두껍게
게걸스럽다면 새끼는 키운다
두껍다면 손은 내밀지 않는다
점잖은 척 한발 빼보라
같잖을 뿐이었다
안개는 온다
문득 사라지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