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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 강정
  • |
  • 문예중앙
  • |
  • 2011-12-12 출간
  • |
  • 126페이지
  • |
  • 124 X 204 X 20 mm /194g
  • |
  • ISBN 9788927802822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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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적 언어의 혁신을 모티브로 한
트릴로지의 완결판이자 새로운 자유의 시작


오랑캐는 어떻게 식별하는가. “벼락은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내 종족의 눈빛”이라고 강정은 말한다. ‘벼락의 눈빛’을 지닌 오랑캐는 어떻게 식별하는가. 머리가 덥수룩한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사진을 보다가 강정을 떠올린 적이 있다. 물론 강정이 더 오랑캐的이다. 그의 오랑캐性은 실제 그의 목울대를 통과한 목소리의 묘한 떨림을 통해 전해지는데, 이번 시집에서 그는 오랑캐的 육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며 강렬하고 섹슈얼하며 보다 본질적이고 따스한 그 무엇을 떠올린다. 그것은 ‘공기 중에 심장을 띄워 태양의 온도를 재어보’려는, 무한을 탐사하는 ‘레이디호크’의 예리한 시선을 통해 포착한 이 세계의 축도이며 온몸으로 표현된 강정式의 五感圖다. 지금은 바야흐로 은행잎들이 떨어지는 계절, 노오란 오랑캐들과 이별할 시간이다. “나는 나를 기억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긴 울음의 엄밀한 正道만 흙 속에 새겨놓을 것입니다.”라는 고별사를 남기고 떠나는 그에게 난 그의 종족의 눈빛을 빌어 말한다. 헤이, 오랑캐! 코케인에서 술이나 한잔 하자. - 박정대·시인

나는 강정에게서 윤회전생을 반복하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그에게 귀신이 붙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시인이다. 그리하여 그는 저주받은 자이고 슬픈 자이고 피를 토하는 자이고 우는 자이고 또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자이다. 어쩌겠는가, 그의 운명이 그를 노래하게 한다면. 나는 그와 같은 술상에 앉은 자이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다. 끝까지. = 이준규·시인

‘문예중앙시선’의 열한 번째 시집으로 강정 시인의 시집 『활』이 출간되었다. 2008년 세 번째 시집 『키스』를 발표한 이후 3년여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시집이다. 이십대 초반에 문단에 등단해 근 20여 년 동안 시, 소설, 음악, 문화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해온 강정 시인은, 이번 시집 『활』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한 세계를 이루었음을, 그리고 동시에 그 세계로부터 이제 다른 세계로의 비상을 예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시집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이 기미와 예감으로 가득한, 새로운 말을 기다리는 고양의 느낌, 즉 사전(事前)의 느낌을 갖게 한다면 세 번째 시집 『키스』는 폭발과 파국의 현장에 대한 사후(事後) 술회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시집 『활』은 앞선 두 시집과 더불어 하나의 트릴로지를 구성하며 그 대미를 장식한다. 독자들은 앞서의 고양과 파토스마저 뒤로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정면으로 대면한 이의 적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청년 강정과 성년 강정이 교차하는 정거장인 셈이다.

언어라는 화살을 당기고 있는 순간의 팽팽한 적막


팽팽하던 힘을 놓아버리면
하나의 점이 수천만 배의 면적을 갖는다
스스로 공간이 되면서 스스로 지워진다
―「사물의 원리」 부분

강정 시인은 시집 출간에 즈음하여 이루어진 계간 《문예중앙》 2011년 겨울호 인터뷰에서 이번 시집에 ‘활’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 활을 “당기고 있는 순간의 긴장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때의 긴장, 그때의 몰입, 그때의 적막. 삶의 절정의 순간이 늘 그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와 같은 절정의 팽팽함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시편들을 보여준다. 빈자리의 적막 속에서 태어난 시들은 그 ‘빈 곳을 메우고 있는’, 사라지지 않은, 사라짐을 준비하기에 더욱 강렬한 정념을 표출한다. 조강석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적막한 카오스 혹은 카오스적인 적막을 겨냥하는 언어를 장전한 이만이 자신의 슬픔을 이런 방식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시집에 “적막”, “ 적멸”, “ 적요” 등의 시어가 함께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그가 “상처를 천 년 정도 문지르면 꽃이 필까/이 몸이 만 년을 견디는 나무가 될까”(「선인장 입구」) 하고 묻는 것도 까닭 모를 일이 아니다. 이미 내면에서 한 사태를-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든 간에-완결 지은 이가 ‘죽음 이후’를 ‘그 일 이후’로 맞고 있다면 그의 심중에 적요가 깃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조강석, 해설 「적막을 장전한 키메라」)

검게 탄 시신이 되어 나는 오늘도 내가 흘린 모든 이름과
내가 벗어던진 모든 가면의 표정들을 오래도록 되새깁니다
당신이 누구였냐고 묻거나 묻지 않습니다
당신이 존재하였기에 당신을 부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를 믿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고별사」 부분

시집이 「고별사」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한바탕의 격전이 잦아진 뒤, 그것을 돌아보는 이의 심중 한편엔 회한이, 또 한편에는 적막이 깃든다. 이처럼 한바탕의 꿈이 사그라진 뒤 절정과 하강, 정념과 사념, 회한과 적막이 서로를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운동이 시집에서 일식과 월식의 이미지로 선명하게 전경화되어 나타난다.”(조강석, 해설 「적막을 장전한 키메라」)

나는 나의 뒷면에서
나의 정면을 삼킨다
나라는 탈을 쓰고 몇억 광년 이녁의 몸을 덮친다
―「日蝕」 부분

시인의 활시위에 메겨진 ‘언어’라는 화살은, 모든 것이 지나간 한 세계에 남아 있는 적막을 겨눈다. 이번 시집 『활』은 이 공간에서 준비되는 단 한 번의 소멸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팽팽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시위를 떠날 화살은 시인의 한 세계를 매듭지음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암시하는 곧은 신호탄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시간이 이 세상 밖으로 구부러졌다
시여, 등을 굽혀라

고양이 새끼가 운다
어미 고양이를 삼키고 사람이 되려고 운다

급류를 삼킨 노을이
노을이 아빠가 되려고 운다

떠돌다 지친 다리가
다른 인간의 눈이 되려고
멀고 먼 샅으로 기어올라온다

빛이 어디 있는가
뒤집어진 어둠의 골상을 판독하려
한나절의 시름이 그다지 깊었다

못 나눈 정을 전염시키려
낮 동안 오줌보는 그토록 뾰로통했다

혈관에 흐르는 오래된 문자들을
고양이의 꿈이 딛고 지나는 이마 위에 처발라라

팔다리는 공기가 멈춘 나무
낭심 아래엔 죽은 별 무더기

구부러진 어깨를 펴라
갈빗대에 힘줄을 얹어
마지막 숨을 길게 당겨라

발끝으로 세계의 끝을 밀어내고
이승 바깥에서 돌아 나오는
흰 새벽의 눈알을 찔러라

터져 나오는 세계의 명치에 구름을 띄워
이면이 없는 幻을 쳐라, 고요히 실명하라

실명하라
―「활」 전문

이것이야말로 진짜 사람의 말
사람이라 일러 사람 이전으로 멀리 치달아가는 것
사람의 껍질을 벗고
가만히 나무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흙이 되고 바람이 되고 그리하여 꿋꿋이 목청을 열어두는 것
사람의 이해와 사람의 농간에
기어이 사람의 精髓로 화답하는 것
밤에는 이리
낮에는 호랑이로
백만 년 묵은 곰의 치정을 설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벗은,
사람의 소리로 사람을 사랑하는 법
―「사람의 소리를 벗은, 사람의 말」 부분

목차

고별사
마지막 初夜
폭파 직전
남과 여
日蝕
푸른 새를 낳다
얼음 소나타
나무와 비
남쪽 끝
첫 번째 시
여름의 광대 ―달
여름의 광대 ―가로수길
여름의 광대 ―밤 고양이 조서
여름의 광대 ―장마가 멈춘 자리
단 한 차례의 멸종

月蝕
나는 신이다, 라 적힌 일기를 읽은 날
샛별이 뜰 때
설인의 마지막 꿈
그의 화장술
사물의 원리
사람의 소리를 벗은, 사람의 말
레이디호크
유리병 속 거미 한 마리
폭설의 인과율 ―조연호에게
적들의 사랑
이슬
멀고 먼 이승 -보선에게
선인장 입구
첫사랑‘들’
지나간, 그리운 오열
밤의 어둡고 환한 줄기들
인형놀이
기나긴 마중
불구
그것의 정체 ―다시, 준규에게

해설|적막을 장전한 키메라 · 조강석

저자소개

저자 강정은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던 1992년 《현대시세계》 가을호에 「항구」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 『처형극장』(1996),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2005), 『키스』(2008)와 산문집 『루트와 코드』(2004), 『나쁜 취향』(2006), 『더 콤마』(근간)가 있다.

도서소개

청년 강정과 성년 강정이 교차하는 정거장!

강정 시인의 네 번째 시집『활』. 1992년 ‘현대시세계’ 가을호에 ‘항구’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두 번째 시집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과 세 번째 시집 <키스>와 더불어 3부작을 구성하고 있다. 활을 당기고 있는 순간의 긴장, 그때의 몰입, 그때의 적막이 삶의 절정의 순간과 같다고 이야기한 저자는 그와 같은 절정의 팽팽함이 도사리고 있는 시편들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한 세계를 이루었음을, 그리고 동시에 그 세계로부터 이제 다른 세계로의 비상을 예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별사’, ‘나는 신이다, 라 적힌 일기를 읽은 날’, ‘설인의 마지막 꿈’, ‘선인장 입구’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지나간, 그리운 오열

연민에 사무쳐 흙을 퍼먹으며 울던 시절

길 가던 아이가 무슨 못된 생물을 살피듯
눈동자를 떨어뜨리고 지나갔다

구르는 눈알 속에서
새 한 마리 흙을 쪼며 퍼득퍼득 기어 나와
지구 뒤편 숨은 그림자를 펼칠 때,
먼 곳의 높은 탑이 기우뚱, 스스로를 의심한다

식도를 넘어선 흙알갱이들이 반죽한
붉은 별들의 끝없는 행렬
슬픔의 도돌이표인 양,
신의 항문에서 흘러나오는 설사인 양,
물오른 저녁의 헛것들 사이로
내가 퍼먹은 흙 자리에 피어난 검은 꽃

꽃의 뿌리에서부터 사선으로 갈라지는 대지

연방 새가 몸 안에서
먹빛이 된 하늘을 꺼내는 동안,
한 식경 전에 바라본 세계가 내 안에서 빠르게 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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