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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설웁다

나는 잠깐 설웁다

  • 허은실
  • |
  • 문학동네
  • |
  • 2017-01-31 출간
  • |
  • 148페이지
  • |
  • ISBN 9788954644235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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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푸른 손아귀 플라스틱 슬리퍼 한 짝이 맨드라미 옆에서 말라갔다. 어른들은 사내애를 건져놓고 담배를 피웠다. 비가 많은 해였다. 사람 잡아먹는 산이라 했다. 비스듬히 빠진 두 골이 만나는 자리. 가뭄에도 물을 강에 안겼다. 강은 소용돌이와 모래 구덩이를 감추었다. 저녁 물소리마다 우렁이 굵었다. 고요해진 물위에 나는 벗은 몸을 비춰보았다. 사나 여럿 후릴 상이라 했다. 몸이 불은 강물 위로 물고기들이 튀어올랐다. 비가 많은 해다. 무당은 자꾸 물이 보인다 했다. 아버지는 산에서 발견됐는걸요. 바위를 덮은 이끼가 젖었다. 강물과 산이 푸른 웃음을 주고받는다. 만삭의 배를 감싸며 나도 씨익, 웃어주었다. 아기는 뱃속에서 육십 년쯤 살고 나온 얼굴이다. 삼우제였다. 청벽산은 푸르다. 고요한 수면 아래 흰 발목을 잡아채는 푸른 손아귀가 있다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저녁의 호명 012 푸른 손아귀 014 이별하는 사람들의 가정식 백반 016 물이 올 때 018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020 제망매 022 칠월 그믐 024 윤삼월 026 야릇 028 뱀의 눈 030 삼척 031 무렵 032 소수 1 034 목 없는 나날 036 이식 038 혀 040 2부 나중은 나직이였네 맨드라미 044 유월 045 당신의 연안 046 우리들의 자세 048 입덧 050 처용 엘레지 052 유전 054 소설 056 이마 058 칡 059 둥?은 060 자두의 맛 062 커다란 입술 064 마흔 065 3부 이러다 봄이 오겠어 농담 068 검은 개 069 후루룩 070 치질 072 폭우 073 캐리어 074 보호자 076 변경 077 검은 문 078 더듬다 080 소수 2 081 소수 3 082 상강 083 바라나시 084 하동역 086 간절 087 지독 088 4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가요 라이터소녀와 껌소년의 계절 092 Midnight in Seoul 094 너는 너의 방에서 096 월 스트리트 098 나는 잔액이 부족합니다 100 Man-hole 101 무인 택배 보관함 옆에는 102 Re: 제목 없음 104 데칼코마니 106 하류 108 치금매입 110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12 활어 전문 114 빗방울들이 집결한다 115 제야(除夜), 우리들의 그믐 116 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어도 118 해설|뱀을 삼킨 몸 121 |강정(시인)

저자소개

저자 : 허은실 저자 허은실은 199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 『천둥을 쪼개고 씨앗을 심다』가 있다.

도서소개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문학동네시인선 090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197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201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허은실이 첫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를 펴낸다. 이번 시집에는 총 63편의 시가 총 3부로 나뉘어 담겨 있다. 허은실 시인 특유의 유연한 목소리와 자유자재로 뻗는 상상력의 자발성, 그럼에도 다소곳한 성품의 차분함이 읽는 내내 어떤 울컥함으로 내 안에 차고 고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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