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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 하린
  • |
  • 문학세계사
  • |
  • 2010-11-30 출간
  • |
  • 148페이지
  • |
  • 153 X 224 mm
  • |
  • ISBN 9788970755069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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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거침없는 언변, 대담한 사유-젊은 시인 하린의 첫시집
경쾌한 리듬을 타고 변주되는 삶의 풍경


2008년 계간 《시인세계》를 통해 등단한 후 활달한 상상력과 탄탄한 언어감각으로 개성있는 시세계를 펼쳐 보이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끈 신예시인 하린의 첫시집.
삶의 비애와 진실이 담긴 쓸쓸한 풍경들이 다양한 문화적 코드 속에서 경쾌한 리듬을 타고 변주되는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은 시적 은유의 명석함으로 단단하다. 그의 시 속에서 삶과 죽음은 선명한 감각적 이미지들의 그물망 속에 지각표상의 언어로 거듭난다. 하린의 시적 은유는 긴박함과 느슨함 사이에서 활달하고 자유자재하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은 환상으로 비약하지는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촉각적인 지각의 범주에서만 시적 은유를 가동시킨다. 도시적 삶의 불모성 등을 경험하면서 시인은 사물들과 새로운 관계의 은유를 형성한다. 문화적 기호를 시대의 신산한 인간 군상과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우리가 지나쳐온 시절의 아픔과 개인사의 고통을 애잔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의 시는 무도덕과 초현실로 달려간 이상보다는 차가운 기교주의자로 남은 김기림에 더 가깝다(장석주).” 시인 황동규는 “우리 삶을 그린 작품들 가운데 짜임새로 보나 울부짖음이 억제되어 흥치 있는 리듬이 된 말투로 보나 뛰어나다.”고 했고 김종해 시인은 “거칠고 야성적이며, 남성적인 감각을 시화해서 보여준다.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시로써 잘 분출되고 있다.”고 평했다. 평론가 이숭원은 하린의 작품에 대해 “시의 육체가 크고 몸짓이 활달하며 시야도 넓고 지구력도 있다. 거침없는 언변과 대담한 사유가 매혹적이다.”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표제작인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하린 시인은 남루한 가족사의 경험들을 ‘야구’라는 은유 속에서 새 언어로 번역하는데, 아버지-어머니-형-누나-나로 구성된 가족들은 각자의 포지션을 맡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불운하다. 이들의 꿈은 저마다 우루과이라운드, 주물공장, 탄저병, 면사무소 말단직원, 변두리 식당, 마을금고……들 속에서 시들기 때문이다. 가난은 꿈을 고갈시키며 막장으로 떠다민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역동적인 리듬, 재기발랄한 화법으로 젊은 시인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개성을 인정받으며 문단의 큰 주목과 기대를 모아왔던 하린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한 젊은 시인이 꿈을 죽이는 현실과 어떤 방식으로 응전하는가, 아울러 어떻게 그 칙칙함과 무거움에서 벗어나 발랄해지는지를 보는 것은 이 시집을 읽는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이다.

1. 삶을 바라보는 몇 가지 방식

여기, 한 가족의 비루한 삶을 ‘야구’에 비유하는 한 편의 시가 있다. 시인은 야구장의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에 빗대어 자본주의적 질서에서 도태되고 소외되는 상황과 그곳에서 살아남는 생존방식을 형상화한다.

직구―아버지
소속팀을 또 옮겼다 군내 버스가 하루에 두 번만 들어오는 동네에서 우루과이라운드라는 새로운 규칙이 발효되자 방어율이 형편없었던 아버지가 마지막 생산의 밭을 자르고 도시 변두리로 이적료도 없이 옮겨갔다 주물공장으로 빨려들어간 건조한 어깨가 은퇴를 예감하게 했다 뜨거운 쇳물에 발등이 데인 후 공의 구질이 너무 단순한 게 문제였다고 실토했다 직구만을 던지던 습성은 시즌 내내 흥행 없이 끝나고 말았다 아버지의 낡은 감독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닦이로 사라져간 윤리교과서였다

슬라이더―어머니
원래 직구를 가장 잘 구사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술 취한 아버지에게 얻어맞고도 끈질기게 땅만 팠다 논과 밭에 구사하는 느리고 정직한 구질은 진딧물 탄저병 태풍에게 쉽게 홈런을 허용했다 어머니도 변두리 식당으로 소속팀을 옮겼다 뻔한 직구 대신 반찬에 미원을 쓰며 변화구를 구사했다 손님들의 혓바닥은 방망이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어머니의 구질에 속아 넘어갔다 어머니는 한동안 집안에서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포크볼―형
왼손잡이였다 형이 마운드에 들어서면 출루하는 놈들이 많았다 1군들만 모인다는 S대학교 도서관에서 철학책이나 들추다가 약삭빠른 놈에게 안타를 맞고 도루까지 허용했다 졸업도 하지 못한 채 강판당했다 형은 소속팀을 떠나 지리산과 인도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6년 동안 형이 사라진 후 ‘제3의 물결’이 밀려와 새로운 구질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주목받았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광속의 구질을 형은 구사하지 못했고 2군으로 밀려나더니 결국 면사무소 말단직원으로 떨어졌다

커브―누나
누나는 일찌감치 포수로 돌아섰다 인기가 많은 투수를 거부한 채 마을금고의 포수가 되었다 마을금고의 감독은 자꾸 변화구를 받아 내라고 주문했다 VIP 고객들은 누나의 미끈한 다리 사이에 입금하길 원했고 누나는 승률을 위해 적당한 편법을 동원했다 야간 경기도 서슴지 않았다 누나의 실적은 높아졌고 승진하여 곧 코치가 될 거라고 했다

마구―나
나는 실업팀에 무명선수가 되었다 임시직을 반복하다 30대 중반을 넘겼다 아무리 기다려도 스카우트 제의는 없었다 정식 선수가 되는 걸 보지 못한 채 아버지가 죽던 날 승리의 기쁨인지 패배의 억울함인지 어머니만이 눈물을 흘렸다 형과 누나는 벌건 육개장 국물에 지루한 감정을 휘휘 저어 먹었다
박찬호가 던진 강속구에 맞은 BMW 차량의 수리비는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 ……워낙 튼튼해서 하나도 안 나온대…… 난 마구를 던질 거야 꼭 BMW 차를 무너뜨릴 거야……
형은 말이 없었다 누나는 죽음만이 은퇴를 허용한다고 주절거렸다 관중들은 건넛방 초록색 그라운드에서 야유하듯 화투장을 날렸다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전문

하린은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을 통해 가족의 암울한 삶을 다분히 개인적인 범주에 가두지 않고, 투수가 던지는 구질을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마구로 구분하여 해학적으로 그려내면서 자본주의 희생물로 인식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 가족들의 포지션은 모두 공을 던지는 사람, 즉 투수이지만, 누나만이 VIP 고객들의 변화구를 받아내는 포수가 되었다. 다섯 식구의 구질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가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한 운명이다. 투구폼이 다른 만큼 그들의 성품이나 성격도 무척 달랐지만, 한 가족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현실의 힘은 강고하다. ‘야구’라는 근대적 스포츠를 통해서 잠시 이들의 삶을 조망해 보자.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약이 체결된 후 도시로 이주한 아버지는 주물 공장에 취직을 하지만 뜨거운 쇳물에 발등을 데인 후 다른 공장으로 이직한다. 화자는 아버지의 이직을 소속팀을 옮기는 행위에 비유하거니와, 자신이 육신 외에는 아무 기술도 없는 아버지는 여러 팀을 전전하다 결국 쓸쓸하게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 운명이다.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실패한 이유는 그가 지나치게 정직한 공, 즉 직구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구사하는 변화구는 힘이나 스피드보다는 기교를 강조한다. 술 취한 남편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논과 밭에 정직한 직구만을 구사하던 그녀는 진딧물 탄저병 태풍에게 홈런을 맞은 다음 변두리 식당으로 팀을 옮긴다. 식당이란 직구 대신 융통성의 변화구가 필요한 곳, 그녀는 그곳에서 세상의 이치를 배운다.
이들 부부에게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으니, 포크볼을 구사하는 형은 1군들만 모인다는 S대에 입학했지만 졸업을 못하고 퇴학을 당했고, 결국 면사무소까지 밀려났다. 커브를 던지는 누나는 일찌감치 마을금고의 여직원이 되었지만 승진과 실적을 위해 미끈한 다리 사이로 포구하는 포수형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마구를 던지는 ‘나’는 ‘실업’팀의 무명선수와 ‘임시직’을 반복하고 있다. ‘정식 선수’가 되어 야구장에서 포지션을 부여받는 게 꿈인 ‘나’는 마구를 던져 BMW차를 무너뜨리는 꿈을 갖고 있다. “죽음만이 은퇴를 허용”하는 세상이라는 야구장에서 ‘나’의 마구가 BMW차를 무너뜨릴 확률은 희박한 게 아니라, 아예 없다. 우리는, 아비와 어미의 삶이 그러했듯이, 이들 세 남매가 단 한 순간도 ‘정식 선수’가 되어 야구장에서 포지션을 받지 못한 채 살다 죽을 운명임을 안다. 포지션을 거부당한 존재들, 오직 그 쓸모없음만이 존재감을 떠받치고 있는 세상이라는 야구장에서 그들은 영원한 구경꾼으로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포지션이 없는 야구장은 그들에게 지옥과 다르지 않을 테지만.
하린이 보여주는 사회적 상상력은 이전의 사회적 상상력이 간과한 현실의 세목과 다양한 모순, 새로운 시적 탐구의 가능성 등을 끌어안는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시인은 트렌디한 문화 코드와 성(性) 코드를 양 날개로 삼아 가난한 삶의 기억을 끌어내는 동시에 특유의 풍자와 상상력으로 어두운 자본주의의 터널을 그려내고 있다.

2. 패스트푸드와 질주의 파노라마

하린 시인은 도시의 비극적인 일상을 통해 속도의 폭력성을 문맥에 직접 드러내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실의 속도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는 시적 주체의 속도 감각은 곧 시적 주체의 실존 위기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기에 이른다. “배고픈 밤은 항상 오고 마는 거야/ 너는 거세된 고양이가 되어/ 생선 내장처럼 던져진 도시로 출근만 하면 돼/ 옥탑방을 나와 누추한 골목길을 구기며/ 촌스럽게 작아진 학교를 지나/ 24시간 문을 여는 패스트푸드점으로” 에서처럼 거침없이 달려오는 현기증 나는 속도의 전면에서 존재의 쪼그라짐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주체의 상실감은 “유령이 되어/ 진열된 상품을 간택하는 마임만 즐기면” 되는 “바코드가 찍힌 방부제”와 같은 존재의 비극성과 허무감을 강력하게 환기하고 있다.
「8일째 날」에서도 시인은 속도의 질주에 합류하지 못하는 주변부의 삶과 소통이 끊긴 채 소멸하는 일상을 통해 속도의 폭력성을 미학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상품을 설명하던 점원의 입술은/ 3일째 되던 날 시들고 말았다/ 매몰된 후 체온이 되어 주던 여자는/ 전달되지 않을 유언을 내게 맡겼다/ 누난 내 여자니까 누난 내 여자니까 …… / 어린 애인이 자주 불러주던 노래라고 했다/ 멜로디는 점점 부패되어 악취를 풍겼다/ 5일째가 지나자/ 목마름이 오줌을 받아먹었고/ 6일째가 지나자/배고픔이 여자의 몸을 뜯어 먹으려다 멈추었다// 나의 지층은 무슨 색깔로 기록될까?/ 관 뚜껑이 열리듯 빛이 들어오는 순간/ 발견될 죽음의 자세를 7일째 날 생각했다/ 똥과 오줌으로 얼룩진 삶의 최후라니/ 뉴스는 죽음마저 팔아먹겠지// 8일째가 되어도 불 꺼진 세일은 계속되고 있다/ 꿈속에서 죽은 여자가 뺨을 때려도 일어날 수 없다/ 희미한 정신이 화석의 마음을 이해한다
――「8일째 날」 전문

「8일째 날」에서는 우리 사회에 충격적인 파문을 던졌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 파묻혀 죽음을 눈앞에 둔 “여자”와 “남자”를 통해 긴박한 죽음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여성 화자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지상에 남은 연하의 연인을 추억하며, “남자”에게 자신의 유언을 연인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에게 체온을 따스하게 해주던 여자는 죽음을 맞게 되고 홀로 남아 죽음의 순간을 맞아야만 하는 남성 화자의 무능한 육체만 남아 있다.
하린 시인의「8일째 날」은 곱고 아름다운 것을 통해 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인간의 무력한 신체에 배설물과 같은 이질적인 추의 이미지를 삽입함으로써 속도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곧 속도의 힘이 부른 참극이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각인시키는 얼룩과도 같다. 합리성과 효율성의 극대화를 중시하는 자본의 논리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속도의 속성이 결국 건물 붕괴라는 비극적 상황을 결과물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본의 세계에선 “죽음마저” 하나의 상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3. 포스트모던 시대의 삶에 대한 알레고리

이번 시집에서 하린은 TV, 만화영화, 광고, 야구, 낙서 등등의 대중문화의 틀을 이미지 생산이나 시적 설정을 위해 빌려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네가 만든 구름의 시청률은 바닥”(「아웃사이더」)이란 언표나 “만화주인공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신문, 맛있게 편집하다」), “섹스의 대상인 CF 속 모델”(「온몸이 전부 나사다」), “낙서처럼 살아가는 낙서공화국”(「낙서공화국」) 등등이 모두 그것이다. 만화영화의 틀을 빌린, 하이데거를 좋아한 형의 죽음을 그린 다음 작품을 읽어보자.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힘차게……
고용된 간병인들이 재빨리 핸드폰 코드 번호를 누른다
옥상 위에선 담뱃재가 힘없이 한숨을 털고
병실은 무뚝뚝하게 환한 조등을 내건다
――「은하철도 999를 탄 사나이」 일부

이 작품은 뇌종양을 앓다가 죽음에 이른 형을 그리고 있다. 인용한 대목은 형의 새벽녘 임종 순간을 보여준다. 그것도 유명한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 노랫말을 빌어 비장하게 보여준다. 이는 만화영화의 서사와 음악을 기성품 대상처럼 이용한 시적 전략인데 그 효과는 간접화라고 부를 수 있을 터이다. 꿈의 별을 찾아 떠도는 철이와 메텔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그들이 환기하는 분위기를 십분 활용함으로써 형의 죽음이란 기본 시적 문맥의 울림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형의 죽음은 그의 신산한 삶만큼 비극적인 것이다. 그 형은 또 다른 작품에 따르자면 신문과 우유 배달원이었다. 그러면서 과격한 성품 탓에 곧잘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보급소의 노래」). 때때로 “까맣기만 한 가난”에 신분상승의 통로가 막힌 그는 “무덤을 열고 나오면 아버지를 두들겨 패줄” 거라는 나름의 절망감을 역설적으로 과격하게 표출하기도 했었다.
하린의 시는 후기 자본주의적 질서와 체제, 그것이 지니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변화한 삶의 양식과 경험의 형식을 주목한다. 그에게 지각되는 경험세계로서의 삶의 형식은 자본주의적 현실원칙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지닌 사용가치로서 다양한 ‘구질’과 변화의 능력은 교환가치, 즉 자본으로 환원될 수 있는 중요한 품목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비정한 시장논리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사용가치를 개발해야 하고 확대해야 하며, 변화의 속도에 적응해야 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질서의 확대에 따른 우리의 삶과 운명에 대한 하린의 시적 탐구는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교환가치를 상실한 소시민이 처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도태와 소외의 상황을 지시한다. 그는 매우 냉소적이며 비판적인 태도로 자본주의의 질서에 적응하거나 도태되는 양상을 비감하게 지시한다.
하린의 시는 매우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다. 그것은 그로테스크의 미학이면서 풍자를 내장한 작품세계들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팝아트처럼 기성 대중문화를 시적 대상이나 이미지로 두루 차용하기도 한다. 이들 복합성이 그의 이번 시집을 읽는 재미라면 한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고백처럼 거기에는 비수 아니면 독이 있다. 읽는 이들로 하여금 ‘혼미하고 난해한 마술’의 춤을 추게 만든다.

목차

제1부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 12
어머니의 저항(Ω) ――― 16
자유로에서 ――― 18
쥐덫 ――― 21
은하철도 999를 탄 사나이 ――― 22
유리 상자 ――― 24
밤마다 바나나를 깐다 ――― 26
룰루랄라 풍금 풍금 ――― 28
짧은 저녁의 시 ――― 29
붉은 욕조 ――― 30
보급소의 노래 ――― 32
재개발지구 ――― 34
사막 속에 고래가 산다 ――― 36
뼈는 자란다 ――― 38
순서의 순서 ――― 40

제2부

바람의 부르튼 심장처럼 ――― 44
유리는 나쁘고 모래는 착하다 ―― 45
켈로이드 ――― 46
묘혈(墓穴) ――― 48
H씨 죽음을 수령하다 ――― 50
죽음을 설계하다 ――― 52
8일째 날―암흑의 낮을 통과하다 ――― 54
신문, 맛있게 편집하다 ――― 56
보들레르 ――― 58
방아쇠를 당기다 ――― 60
불새 ――― 61
빙점 ――― 62
나나와 함께, 흐린 밤 ――― 64
시체놀이 ――― 66

제3부

아웃사이더 ――― 70
패스트푸드 ――― 72
날개를 접다 ――― 74
흰 가운에 대한 기억 ――― 76
백색 살인 ――― 78
세한도(歲寒圖) ――― 79
시체들의 밤 ――― 80
태양물고기 ――― 82
이부탐춘(二婦探春) ――― 84
북쪽에 대한 물음 ――― 86
서울역 석실 고분 ――― 88
위암은 말한다 ――― 90
음역(音域) ――― 92
양은냄비 ――― 94

제4부

온몸이 전부 나사다 ――― 96
카페 ‘아프리카’ ――― 98
말 달리자, 예수 ――― 100
폭우 ――― 102
설총(雪塚) ――― 104
광어 한 마리 9900원 ――― 106
낙서공화국 ――― 108
동행 ――― 110
관을 말하다 ――― 112
아고라―늙은 개 ――― 113
싸가지 없는 혀의 소극적인 변명 ――― 114
슬픔의 엉덩이 ――― 116
정신병원이 있는 그림 ――― 118
2시엔 김기덕이 온다 ――― 121

■ 해설 | 홍신선
혼미한, 그리고 난해한 마술의 춤 ――― 123

저자소개

저자 하린은 시인으로써 전남 영광 출생. 1998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계간 《열린시학》 편집장.

도서소개

삶을 바라보는 몇 가지 방식

거침없는 언변과 대담한 사유를 지닌 하린 첫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광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활동을 시작한 하린 시인의 경쾌한 리듬이 살아있는 시들을 하나로 엮었다. 등단 이후 활달한 상상력과 탄탄한 언어감각으로 개성 있는 시세계를 펼쳐온 시인의 작품을 4부로 나눠 수록했다. 시인은 삶과 죽음의 선명한 감각적 이미지들을 새롭게 언어로 탄생시켜, 자유자재로 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지나온 시절의 아픔과 개인사의 고통을 애잔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거침없는 상상력과 역동적인 리듬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바람의 부르튼 심장처럼

나의 마지막 개는 어두운 토방 밑에 있었다

약 먹은 쥐를 삼키고 버려진 소파처럼 죽어갔다

개가 그을린지도 모르고
난 아랫목에 누워 ‘플랜더스의 개’를 봤다

뱃속에서 녹은 고깃국은 토해지지 않았다

목줄과 밥그릇만을 묻었다

개의 무덤에서 사나운 바람이 짖어 댔다

바람의 부르튼 심장처럼 미친개가 되어 달렸다

눈물을 훔치며 변성기를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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