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원숙한 통찰과 아름다운 서정!
등단 47년을 맞은 김종해 시인이 9년 만에 펴낸 시집『봄꿈을 꾸며』. 함축된 언어로 삶과 자연의 섭리를 들려주는 이번 시집은 삶에 대한 경험적 통찰과 아름다운 서정으로 가득하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시인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회가 담겨 있다.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애도가 시집 전체를 아우르지만, 죽음을 슬프거나 어둡게 그리는 대신 자연스러운 순환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초월과 통찰의 시학도 엿볼 수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봄꿈을 꾸며>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께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 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 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 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