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어린이들이 시와 그림으로 삶을 노래하다
『잘 보이고 싶은 날』은 곡성 어린이들의 시와 그림을 모은 시화집입니다. 시를 쓴 어린이들은 김선자 관장님이 지도하는 독서 동아리 <다독다독>의 회원들입니다. 얼굴 그림은 채명옥 선생님이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 어린이들의 작품입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문학 선생님이자 미술 선생님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시와 그림을 쓰고 그리는 ‘기술’을 가르친 게 아니라, 시와 그림을 쓰고 그리는 ‘즐거움’을 알려주었습니다. 『잘 보이고 싶은 날』에 실린 시와 그림에는 진솔한 감동과 어린이들이 느끼는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와 그림이 지닌 즐거움과 치유의 위력을 모두 선사하는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어린이들이 쓴 시가 모두 살아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쓴 시는 대부분 거칠고 투박합니다.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행간을 들여다보면 시를 쓰는 즐거움과 삶에 대한 애정이 넘칩니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역시 아직 서툽니다.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선과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림과 대상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열정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을 보면 누구나 시를 쓰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시와 그림이 지닌 즐거움과 치유의 위력을 모두 선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산다
『잘 보이고 싶은 날』의 어린이 작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시는 잘 쓰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기 때문에 쓰는 것입니다. 그림 역시 잘 그리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기 때문에 그리는 것입니다. 인생은 잘 살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삶의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곡성 할머니들의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에 이은, 두 번째 김선자 에디션
『잘 보이고 싶은 날』은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님의 두 번째 에디션입니다. 앞서 김선자 관장님은 곡성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전해드리고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아름다운 시집을 만들어내서 ‘에디터’로서 탁월한 역량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는 곡성군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곡성 어린이들과 독서 동아리 <다독다독>을 운영하며 시화집 『잘 보이고 싶은 날』을 만들었습니다. 김선자 관장님의 또 다른 직업은 전라남도 곡성군의 순회 사서입니다.
책을 만든 이야기
우리는 모두 시인과 화가
독서에 습관이 붙지 않은 아이들은 독서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으레 부담을 갖게 마련입니다. 한 해 동안 매주 2시간씩 만난 다문화 독서동아리 친구들과의 첫 시간, 제대로 의자에 엉덩이가 붙어있지를 않았습니다. 책상 밑에 들어가서 기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올라가는 이 친구들이 고학년인지 1학년 신입생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한 아이를 설득해서 데려다 앉혀놓으면 다른 아이가 어디론가 가버리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독서•토론 동아리로 잘못 알고 들어온 6학년 여자친구들은 가입신청을 받을 때 한 번 등록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다독다독 동아리가 불안한 출발을 시작한 게 4월입니다.
6학년 여자 친구들과 다문화 친구들과의 주의집중력이 극과 극입니다. 수업을 누구의 눈높이에 맞출 것인지 잠시 고민도 되었습니다. 그림책 놀이, 그림책 스피킹, 마인드맵, 한 문장 훈련, 두 문장 훈련 등 단계를 밟아 수업을 계획하고 시인과 그림책 작가, 동화 작가를 만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할머니 시인들도 만났습니다. 한글을 모르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시집까지 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던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들이 눈에 선합니다.
시가 어렵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이 할머니 시인들의 “괜찮아, 괜찮아.” 격려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습니다.
랩을 쓰는 시간, 아이들이 말합니다. “욕을 빼면 랩을 못써요~”
랩을 잘 모르는 나는 “어떤 글이든 환영해~”
막상 아이들 작품을 받아들고는…
아마 랩을 읽을 여러분이 느낄 마음과 제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이 거칠고 투박하고 욕설도 보이지만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상처도 느껴집니다. 때로는 마음이 아파서 가만히 안아주고도 싶습니다.
멋지게 친구 얼굴을 그린 아이들은 3학년들입니다. 채명옥 선생님 반 아이들은 모두 다 화가입니다. 자신의 꿈이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하는 미연이와 연예
인을 무척 좋아하는 예은이와 예슬이, 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명구와 대한이, 동시보다는 동화를 잘 쓸 것 같은 진우, 그림을 잘 그리던 재욱이와 다희, 그리고 이름은 다 부르지 못했지만 귀엽고 멋진 친구들….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김선자_곡성교육지원청 순회 사서, 길작은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