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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사랑해도 [일본소설일반]

사랑해도 사랑해도 [일본소설일반]

  • 유이카와 케이
  • |
  • 예문아카이브
  • |
  • 2016-05-15 출간
  • |
  • 392페이지
  • |
  • 136 X 197 mm /465g
  • |
  • ISBN 9788927418245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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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사랑이나 연애 따위는 일정 나이가 되면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필요치 않아지는 시기, 까맣게 잊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했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는 사실에 기대는 마음도 있었다. 이제 사랑도 연애도 필요 없다.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혼자서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기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있다. 하루빨리 그렇게 되고 싶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역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언제든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생물인 듯하다.
그 깨달음에 유키오는 낙담했다. 그렇다면 언제가 되어야 사랑과 연애라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 86~87p

늙음은 당연히 육체에 나타난다. 하지만 진정한 늙음은 그 안쪽에 있는 것이 무너지고 스러지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잘한 균열 같은 것이 가와데 노인을 뒤덮고 있었다. ― 118p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만 …….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위해서 살지만,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고.”
할머니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다. 아주 청결한 울림을 지닌 상큼한 말처럼 들렸다.
“나도 조금은 더 살 수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구나.”
유키오는 가와데 노인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사랑이 목숨과 이어져 있다면, 그것은 마음 든든한 일일까, 아니면 잔인한 일일까. ― 123p

인생에 딱 한 번인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삶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든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도, 돌아보면 이미 몸도 마음도 완전히 푹 빠져 있다.
“잘됐잖아, 엄마. 좋은 사람을 만나서.”
어른이 되어 갈수록, ‘사랑 따위’라면서 겸연쩍어하거나 포기하거나, 때로는 조롱하는 일까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다.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사랑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다. 사랑만큼 사람을 불태우는 것도 없으니까. ― 138p

“핏줄이 그렇게 중요하니? 부모 자식이고 형제 사이면 다들 사이좋게 산다고 할 수 있어? 옥신각신하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니, 그쪽이 훨씬 많을걸. 같은 핏줄이라도 어차피 사람은 다 외톨이야. 왜 그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거니?” ― 156p

유키오의 친구들도 몇 명은 벌써 결혼했다. 엽서를 보낸 친구처럼 행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도 있고, 불만에 가득 찬 사람도 있다. 아직 독신으로 지내는 친구도 독신 생활에 만족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독과 불안에 절어 있는 이도 있다.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물론 독신으로 살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말 있을 뿐이다. [중략]
어른이 되면 연애는 안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유키오는 한숨이 나왔다. 그런 일을 치렀으니 신물이 날 만도 한데, 그럼에도 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까. 그리고 그 사람과 인생을 같이하고 싶다고 바라게 될까. 혼자서 살 각오를 다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저 오기일까. ― 234~236p

“있지, 언니, 어렸을 때 우리 둘이 집 나가서 우치나다 해안에 갔던 거, 기억해?”
뜬금없이 리리코가 물었다.
“물론 기억하지.” 유키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까지 나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어. 지금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지만,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어 버리고 싶었던 일도 있었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거야. 언니랑 우치나다 해안에서 봤던 그 석양 말이야. 태양도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처럼 내게도 가나자와 집과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언니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 유키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둘이서 밤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어렸을 때 저지른 실수, 모험. 그 얘기들 속에는 늘 아사노 강이 있고, 우타쓰 산이 있고, 비가 있고 눈이 있고 바람이 있었다. 그런 풍경들이 뇌리에 떠오를 때마다 유키오의 가슴속을 갈가리 찢어 놓은 무수한 균열이 조금씩 메워지는 듯했다. ― 333~334p

“정식 결혼은 아직 안 했지만, 난 말이지, 사와키 씨와 결혼 약속을 한 때부터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게 당연한 거야. 나는 사와키 씨에게 뭘 바라고 결혼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야. 난 사와키 씨에게 뭔가 해 주고 싶어서 결심한 게다. 사와키 씨가 죽지 않아서, 하느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사와키 씨가 죽지 않아서, 하느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사와키 씨가 살아 있으니 나도 살아갈 수 있어. 사와키 씨를 위해서가 아니야. 희생을 치른다는 생각도 없고. 나를 위해서 사와키 씨 곁에 있겠다는 거다. 그게 전부야.”
오토와의 표정에 ?

목차

전화 | 귀성 | 대역 | 거리 | 장마철 하늘 | 핏줄 | 망설임 | 있을 곳 | 인연 | 축배
모녀 | 소망 | 한숨 | 주홍빛 하늘 | 옮긴이의 글

저자소개

저자 유이카와 케이는 1955년 가나자와 시에서 태어났다. 은행 등 여러 직장을 거쳐 1984년 《바다 빛깔의 오후 海色の午後》로 제3회 코발트 소설 대상을 수상하면서 인기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소설과 에세이 등 수십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20대 여성들의 삶을 섬세하고 깔끔한 문체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 낸 《어깨 너머의 연인 肩ごしの戀人》으로 2002년 제126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2008년에 《사랑을 닮은 것 愛に似たもの》으로 제21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도서소개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어깨 너머의 연인》과 같이 주로 2~30대 젊은 여성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서 그려 온 작가 유이카와 케이의 『사랑해도 사랑해도』.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 넷 가족의 각기 다른 연애와 결혼의 방식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십 대부터 칠십 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여성들의 진솔한 심리와 삶의 자세를 현실적인 묘사와 톡톡 튀는 깔끔한 문체로 리얼하게 그려냈다.

이제 곧 서른 살이 되는 동갑내기 자매 리리코와 유키오. 다소 복잡한 사연으로 인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자매가 된 이들은 역시나 생판 남이라 할 수 있는 40대의 시노를 엄마로, 60대의 오토와를 할머니로 여기며 다카히사 가족을 이룬다. 한 핏줄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사정으로 인해 한 집에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는 물론, 현대 여성의 인생 전반에 걸친 고민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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