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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시(양장본 HardCover) [일본소설일반]

파일럿 피시(양장본 HardCover) [일본소설일반]

  • 오사키 요시오
  • |
  • 예문아카이브
  • |
  • 2015-06-01 출간
  • |
  • 260페이지
  • |
  • 130 X 190 mm
  • |
  • ISBN 9788927413899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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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좋든 싫든 그 기억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어딘가에 그 모든 기억들을 담아놓는 거대한 호수 같은 곳이 있고, 그 밑바닥에는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수한 기억들이 앙금처럼 쌓여 있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잠에서 막 깨어 아직 아무 생각도 없는 아침, 아주 먼 옛날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기억이 호수 밑바닥에서 별안간 두둥실 떠오를 때가 있다. ― 11p

“알겠어?”라고 얼음 소리를 뒤쫓듯 목소리가 이어졌다.
“으응, 알아”라고 나는 대답했다.
목소리의 기억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억이 이토록 선명하고 확실하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알겠어?” 단지 그 한마디만으로 나는 호수 밑바닥에서 흔들거리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십구 년 만에 듣는 유키코의 목소리였다.
“유키코지?” 그렇게 묻는 내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래.” ― 18p

“으음 그건, 파일럿 피시(pilot fish)라는 게 있는데, 건강한 물고기의 똥 속에는 건전한 박테리아 생태계가 있게 마련이지. 그래서 수조를 설치하고 제일 처음 넣는 물고기가 중요해. 건강한 물고기가 생태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물속에서 똥을 싸잖아, 그러면 약 이 주 후에는 건강한 물고기의, 즉 비율이 적정하고 상태가 좋은 박테리아 생태계가 수조 안에 만들어지는 거야.”
“파일럿 피시?”
“그래.”
“어감이 참 좋다.”
“하지만 조금 슬프기도 해.” ― 35~36p

“책을 만드는 일이란 무엇인가?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일단은 독자를 끌어당기고, 뭐든 흥밋거리로 꼼짝 못하게 만들어서 책을 사게끔 하는 거야. 바로 그런 책 만들기의 기본 중의 기본이랄까, 원리 원칙이 에로 잡지에 집약돼 있지. 게다가 심플하고 이해하기 쉽게. 안 그런가?”
“아, 네.”
“발기시켜서 판다. 이 단순한 도식이 간단하면서도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고 또한 공부도 되지.”
“아, 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는”이라고 말을 잇는 사와이 씨는 왠지 살짝 자신만만해 보였다.
“에로 잡지의 편집자야말로 편집자 중의 편집자인 셈이지.” ― 46p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일인 듯한데, 나는 동료 편집자 몇 명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바로 옆자리에서 젊은이들끼리 서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신주쿠에서는 일상다반사로 접하는 광경이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옆에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별안간 끔찍한 불안과 위험을 느끼고 말았다.
가차 없는 말로 친구를 비판하는 젊은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느낌은 난생처음이었다. 그 비판의 말은 이십 년 후까지 잊히지 않고 자기 안에 계속 남아 있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자기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만하는 게 좋다. 이제 정말 그 이상은 안 하는 게 좋다. 지금은 젊은 혈기로 무슨 말을 해도 용서받을지 모르지만, 그 말은 확실하게 이십 년 후의 자기 안에도, 혈기가 점점 사그라지는 자기 안에도,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계속 살아남을 테니까.
“그래. 젊을 때는 그 모든 게 세월과 함께 깨끗이 사라질 거라고 착각했지”라고 내가 말했다. ― 78p

“그리고 난 이런 생각을 해. 예를 들면 오른쪽 왼쪽으로 갈리는 길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는 게 즐겁다고 확신하고 오른쪽으로 간 사람과, 올바른 길이 어딘지도 모른 채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른쪽으로 가버린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우수하고 또 어느 쪽 인생이 더 즐거울까?”
“하지만 왼쪽으로 가버리면?”
“그게 말인데, 그 사람이 왼쪽으로 가고 있을 때는 대개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때야. 왼쪽으로 가도 반드시 그 앞에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다는 걸 아는 때라거나, 오히려 왼쪽으로 가는 게 길이 울퉁불퉁해서 더 즐거울 때라거나.” ― 230p

나나미가 수조를 바라보다 문득 슬퍼진다며 울었듯이, 내게는 그 기억이 너무나도 투명하고 아름다웠고 또한 위험했다.
티 없이 맑은 물속을 떠다니는 아름다운 물고기처럼 닿을 듯하면서도 두 번 다시 닿을 수 없는 과거. 눈처럼 소리도 없이 내리며 쌓여가는 고요한, 그러나 확실한 시간. 램프아이의 눈동자처럼 언제나 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유키코의 모습. 진정한 것임에 틀림없었을 두 사람의 사랑. 깨진 유리처럼 늘 반짝였던 유키코와 내 꿈의 파편들.
대체 그것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왜 소멸하지도 않고 아직까지도 내 가슴을 콕콕 찌르며 여전히 아리게 할까. 그로부터 십구 년이나 지났는데도 흡사 수족관처럼 이토록 푸르고 선명하게. ― 234~235p

목차

p.f. 1
p.f. 2
p.f. 3
p.f. 4
옮긴이의 글

저자소개

저자 오사키 요시오 (大崎 善生)는 1957년 홋카이도 출생. 와세다 대학교 졸업 후 다년간 [장기세계] 편집장을 역임하였다. 2000년 데뷔작 《성스러운 청춘》으로 제13회 신조학예상을 수상하고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2001년 두 번째 작품 《장기의 아이》로 제23회 고단샤 논픽션 상 수상, 2002년 첫 장편소설 《파일럿 피시》로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연작 격인 《아디안텀 블루》로 다시 한 번 투명하고 섬세한 문체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묘사의 작가로 평단과 대중의 호응을 확인했다. 그 외의 주요 작품으로 《9월의4분의 1》 《로큰롤》 《이별 후의 고요한 오후》 등이 있다.

도서소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명한 문체와 섬세한 서정의 작가 오사키 요시오에게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안겨준 작품『파일럿 피시』』. 보라나비 저작 번역상을 수상한 이영미 번역가의 번역으로 재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일본에서도 5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이 작품은 깊은 수족 속에 가라앉은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으로써 만남과 이별이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잔잔히 묻는 청춘연애소설이자 현존하는 기억 속 모두의 사랑 이야기이다. 기억과 사랑의 어긋난 공존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인간들의 안타까운 삶이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가의 특유한 감성적인 문체와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월간 '이렉트'라는 포르노 잡지의 편집장인 야마자키는 어느 날 새벽, 자신의 집 거실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투명한 수조 앞에서 19년 만에 걸려온 옛 애인 유키코의 전화를 받는다. 사십 대가 된 야마자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단숨에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또 그런 자신에게 놀란다. 그 전화를 계기로 야마자키는 잘 조성된 인공의 수조관 같은, 현재 자신에게 담겨진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과 사랑 그리고 상실에 관해 끊임없이 되새기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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