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있어 세상이 더욱 넓어지고 다채로워지니까
열여덟에 서로를 만나 오랜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되었고 어느덧 결혼 7년차에 접어든 오송민, 이지훈 부부. 알고 지낸 지는 2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너무나도 다른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의아해 하거나 재밌어 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영향을 받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놀라워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쓴 첫 번째 에세이인 『자유로운 생활』에는 이렇듯 성격도 취향도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살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시간과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지훈 쪽이 사고(T)가 앞선다면 송민 쪽은 감성(F)을 바탕으로 행동하기에, 송민이 공감부터 받고 싶은 일에 지훈은 해결책부터 내놓아 서운함을 산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명쾌한 태도가 때로는 감정의 무게 앞에서 주저하는 송민을 한 발 나아가게도 만든다. 하루에 한 가지 즐거운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아무도 의뢰하지 않은 ‘킬링보이스’까지 찍는 지훈을 보며, 송민은 그를 따라 하루를 작은 기쁨으로 채워보고자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책의 표지에 쓰인 사진과 본문 말미에 수록된 사진들은 모두 오송민 저자가 촬영한 것이다.) 그리고 지훈은 그런 송민의 태도에서 인생의 낭만을 배운다. 마치 호흡을 주고받듯 두 사람이 번갈아 쓴 글들은 두 사람이 발맞춰 걸어가는 매일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선명한 사랑과 또렷한 자유를 그리며
아무리 서로 다른 점이 많아도 매일 함께이길 택한 것은, 결국 두 사람이 그리는 삶의 방향성이 동일하기 때문일 테다. 오송민, 이지훈 부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유’를 꼽았는데,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자유’로 지었을 정도다. 이 책 또한 ‘자유’를 키워드로 구성하여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가꿔온 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1장 「자유를 찾아서」), 그리고 아기 ‘자유’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여정(2장 「자유에게」)과 그 새로운 관계 맺음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 세 사람의 ‘자유로운 삶’(3장 「자유로운 생활」)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정의하는 자유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흔들림 없이 계속 옳다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 따라서 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 안의 마음은 언제나 넓고 시원하게 유지되는 것. 이것이 지금 이해하는 나의 자유”(지훈), “무모하고 예측 불가한 자유로움이 아니라 내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나의 규칙대로 행하는 소박하고 풍족한 자유로움”(송민). 즉, 두 사람은 인생에서 또렷한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는 삶,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세상이 판단하는 성공 기준에서 자유로운 단단한 삶을 꿈꾼다.
부동산 재테크 같은 건 잘 모르겠고 단순히 아들과 함께하는 남산 산책이 즐겁기에 후암동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지훈의 소망이나, 아들이 기차를 타고 싶어 하는 날에는 선뜻 어린이집 대신 서울역으로 향해 짧은 기차 여행을 떠나보는 송민의 낭만 어린 결단을 지켜보다 보면 두 사람이 그려나가고 싶은 삶의 테두리가 보이는 듯하다. 같이 산책하며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하는 시간 가운데 혼자만의 시간도 틈틈이 챙겨가며, “필요한 것도 아쉬운 것도 부러운 것도 목표도 없고 그냥 지금이 충만하면 된다”고 말하며 삶을 유쾌하고 단단하게 꾸려나가려는 두 사람의 ‘자유로운 생활’의 면면이 우리의 매일에도 산뜻한 호흡과 활기를 불어넣는다.